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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 선생
안개 띠 산 중턱 안개가 피어올라 띠를 두르니 안개 속 사람이 온 세상이 뿌옇고 흐리다 여기는 것이 꼭 어리석은 내 모습과 같아 어쩐지 서글퍼 하염없이 산속에 넋을 두고 그 넋을 바라 보온다. 알파카튀김
당신과 마시는 맥주 당신과 함께 마신 맥주가 어찌나 독하던지 내가 맥주를 들이키는지 당신을 들이키는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향은 나의 코를 간지럽혀 나의 숨속에 당신의 향을 맴돌게 하고 당신의 미소는 나의 눈을 '붕' 띄워 세상을 어지럽히고 당신의 목소리는 세상의 소리를 먹어버립니다. 당신과 함께 하는 맥주가 어찌나 독하던지 알파카튀김
어릴 때는 친구가 나에게 비밀을 이야기 하지 않는것, 고민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서운했다. 어느 정도 크고 나니 그렇게 서운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친구가 자신의 비밀을 말하고, 고민을 이야기할 때 나를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준다는 것이 고맙지만 생각 보다 불편하게 되었다. 특히 내가 아는 누군가가 연관되어있을 때는 더욱 모르는게 약이다 라는 말이 성큼 이해가 되는 날이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지나갈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 간직한다는 것이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 같다. 입대 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카메라 하나 들고 그냥 걷기 시작했다.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하늘 공원 그곳에서 남긴 흔적이다. 가는 길동안 많은 것을 찍었고 많은 흔적들을 간직했다. 가는 동안 하천이 흐르는 것을 보며 시간 흐르는 것이 너무 싫다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이 사라진다는 것이 싫었다. 나는 좀더 간직하고 싶은데 머무르고 싶은데 그 생각을 지니며 사진을 찍다가 문득 해가 서서히 져가는 것을 보고 다시 생각했다. 아 흐르기 때문에 소중하다 느낀거일 수도 있겠다. 없어질 것이기에 좋았구나. 시간은, 유한함은 사람을 생기있게 하는구나 살리는구나
원고지 엄청 슬프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비가 꼭 잉크같고 땅이 내 마음에 원고지 같습니다. 뭐 그리 한이 많고 적어 내려갈게 많은지 비는내 마음의 원고지를 빼곡히 채우다 못해 흠뻑 적셔 나갑니다. 알파카 튀김
다음 글은 그냥 제가 얕게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제 주관으로 해석하고 적은 글입니다. 시뮬라크르(simulacre); 시늉, 흉내 라는 프랑스어. 철학에서는 현실을 대체하는 모사된 이미지를 뜻함. 시뮬라시옹(simulation); 시뮬라크르 하기. 즉, 실재가 가상 실재인 시뮬라크르로 전환되는 작업을 말한다. 우리는 어디에 살고있는 것일까? 우리가 사는 이 곳이 현실이 맞을까? 아니, 더 나아가서 현실이란 대체 무엇인가? 위의 질문은 이전부터 인류가 가져왔던 질문이였다. 플라톤은 본질의 세계인 이데아를 이야기 했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고 하였다. 이러한 회의(懷疑)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마저 그 대상으로 품었다. 위의 질문을 잘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영화 [메트릭스]다. 시뮬라..
설탕 가루 하늘에서 누군가가 설탕가루를 뿌려댄다. 세상이 좀 더 달콤해지기를 바라며, 쓰디 쓴 세상에 조금이라도 위로를 주고싶었나 보다. 하늘 소복 내린 설탕가루 땅과 나무와 지붕과 가슴밑에 사뿐히 쌓여 앉아버린다. 설탕 앉은 세상 크게 한입 베어물고 싶다. 알파카 튀김
캐나다 선교를 가며 찍은 사진이다. 한국을 떠나 십몇시간 동안 비행을 하며 바다를 건넜다. 오랜 시간동안 볼 수 있는 거라고는 조용히하게 번잡시런 비행기 내부와 의자에 고요히 앉아있는 사람들 칭얼대는 아이와 칭얼을 달래려 힘쓰는 부모님들 여행에 설레하는 사람들, 비행기가 무서워 긴장하는 사람 뭔가 분주해 보이는 스튜어디스 그리고 창밖 바다와 그 위를 덮어 가리는 구름 뿐이였다. 문득, 어렸을 때 구름이 솜사탕이라 생각해 나중에 비행기를 타게 된다면, 손을 뻗어 구름을 한 움큼 잡아 입에 넣으리라 다짐 했던 내가 떠올랐다. 비행 중 취침시간이 지나 창이 밝아 졌을 때 땅이 보였다. 20여년 동안 밟고 살았던 땅이 이토록 경의를 지닌 적이 있었나? 눈에 또 한 움큼 담아냈다. 그리고 시원해 보이는 이 풍경을..